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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마음이 아프다
모든 일에는 완급조절이 필요했다. 섭정왕은 심균당을 너무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오늘 심균당이 다급한 나머지 섭정왕의 목을 물어뜯은 게 그 진리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섭정왕은 일말의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애송이 녀석이 굳이 옷을 입은 게 편하다면 그래도 상관없겠지. 그런데 왜 내 앞에서는 옷을 갈아입지 못하겠다는 걸까?’ 섭정왕은 나중에 시간이 나면 심균당을 더 면밀하게 조사해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심균당이 마른 장작처럼 뼈만 앙상한 데는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을 듯싶었다.
유경별장 명거의 비밀 공간에 숨어 있을 때 섭정왕은 심균당이 두 시녀와 온천탕에서 시시덕거리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섭정왕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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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균당이 다른 여자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떠올리니 다시 화가 치밀었다.
그 사이 심균당은 조심스럽게 섭정왕을 살펴보았다. 파워볼사이트
그는 섭정왕의 제안을 거절한 것 때문에 내심 불안했다. 섭정왕이 억지로 옷을 벗길지도 몰랐다.
심균당은 섭정왕이 다가오면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했다.
섭정왕은 뜻밖에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온천탕에 등을 기댄 채 편안하게 온천욕을 즐길 뿐이었다.
이번에는 심균당도 마음이 놓였다. 빨리 뛰었던 심장 박동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심균당은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섭정왕과 심균당은 모두 입을 굳게 닫고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 소리가 사라지자 온천탕 안에는 온천수 흐르는 파워볼게임 소리만 들렸다.
섭정왕은 온천욕을 오래 즐기지 않았다.
반 시진도 되지 않아 섭정왕은 위 공공을 불렀다.
위 공공은 섭정왕이 화를 내며 시녀들을 쫓아낸 것을 알고 필요한 물건들을 들고 병풍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섭정왕이 부르자 위 공공은 쟁반을 들고 걸어왔다. 엔트리파워볼
위 공공은 온천탕에서 나온 섭정왕에게 마른 수건을 건넸다.
심균당은 섭정왕이 온천탕을 나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온천탕의 벽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섭정왕의 눈은 심균당의 사소한 동작도 놓치지 않았다.
온천탕에서 나온 섭정왕은 위 공공이 건넨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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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정왕은 얄궂게 입꼬리를 올렸다.
‘애송이 녀석은 겁이 많군. 아직도 쳐다볼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니……. EOS파워볼 내가 온천탕에 들어갈 때는 빤히 쳐다보고 있지 않았었나? 도둑놈 심보를 지니고 있으면서 정작 도둑질은 못 하겠다는 거로군, 흥!’ 위 공공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섭정왕을 어렸을 때부터 쭉 지켜봐 왔으니 본대도 상관이 없었지만 가까이 있는 영흥후가 골칫거리였다.
영흥후는 섭정왕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위 공공은 섭정왕에게 필요한 물건을 건네주면서 넌지시 말했다.
“전하, 온천별장에서는 오랜만에 오셨는데 좀 더 온천욕을 하시지요. 그래야 뭉친 근육도 풀고 피로를 해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섭정왕은 위 공공을 잠시 훑어보았다가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 할 일이 남았어. 온천이야 왕부에도 있지 않은가. 여기에서 한두 시진이나 있어서 뭐 하겠나.” “네, 맞습니다, 전하. 전하께서는 역시 생각이 깊으십니다. 그럼 소인이 옷을 갈아입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섭정왕이 팔을 벌리자 위 공공이 파란색 옷을 입혀 주었다.
섭정왕은 고개를 살짝 비틀었다.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심균당이 보였다.
‘토끼처럼 겁이 많은 애송이가 언제쯤 사람이 될는지…….’ 섭정왕이 이렇게 빨리 온천욕을 끝낸 것은 이곳의 온천탕이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나랏일을 처리하느라 매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북쪽에는 전란(戰亂)이 일어나 골치를 썩였다.
섭정왕은 정사(政事)로 바빠 잠도 두세 시진밖에 자지 못했기 로투스바카라 때문에 몹시 피곤했다.
그래서 그는 와룡별장에서 긴장을 풀고자 했다.
왕부에도 온천탕은 있었지만 와룡별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당연히 피로 해소와 건강 증진 효과도 와룡별장이 월등히 뛰어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긴장이 완전히 풀리고 몸이 가장 편안할 때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도 굳이 지금 떠나려는 까닭은 단순히 나랏일로 바빠서가 아니었다.
옷을 입고 있는 심균당이 편안하게 온천욕을 하도록 해 주고 싶어서였다.
자기가 자리를 떠야 심균당이 마음 편히 온천욕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몸이 허약한 심균당에게는 온천욕이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자신이 나가면 심균당은 젖은 옷을 입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섭정왕은 옷을 갈아입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온천탕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물려 심균당 혼자 온천욕을 즐기도록 해 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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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정왕은 옷을 갈아입자마자 와룡별장을 떠났다.
섭정왕이 떠났다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돌아올 수도 있었으므로 심균당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2각이 지난 후에야 심균당은 경계심을 늦출 수 있었다. 오픈홀덤
섭정왕이 호의를 베풀어 자리를 비켜 주었음에도 심균당은 정말 온천탕에 몸을 담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심균당은 밖에 대기하고 있는 시녀를 큰 소리로 불러들였다.
심균당은 시녀에게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게 한 후 다시 시녀를 내보냈다.
심균당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옷을 들고 가까운 병풍 뒤로 갔다.
젖은 옷을 모두 갈아입은 후에야 심균당은 안도감을 느꼈다.

명거에서 옷을 입을 때 가슴을 조이는 흉갑을 입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심균당은 아직 젖가슴이 눈에 띌 만큼 나오지 세이프게임 않은 덕에 두꺼운 겨울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가려졌다.
섭정왕이 흉갑을 봤다면 심균당이 여자라는 사실을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증거가 워낙 확실하니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심균당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왔다.
내실에서 나온 심균당은 외실에 다다랐다.
그때 낯선 시녀 둘이 심균당에게 다가왔다.

앞장 선 시녀는 키가 크고 둥근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시녀는 상냥하게 웃으며 심균당에게 말을 붙였다.
“옷이 나리 몸에 딱 맞아 다행이에요. 위 공공께서 가시기 전에 쇤네들한테 맡기신 옷이거든요. 전하께서 영흥후 나리를 위해 따로 준비해 두신 게 틀림없어요.” 옷을 갈아입을 때 하도 경황이 없고 긴장했던 탓에 심균당은 옷이 몸에 딱 맞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녀의 말을 듣고 심균당은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살펴보았다. 외투부터 속옷까지 모두 짙은 녹색 계통의 옷이었다. 전체가 한 조를 이루는 옷이었다.
심지어 사슴가죽 신발도 크기가 딱 맞았다.
옷과 신발 모두 치수를 잰 듯 몸에 정확히 맞았다.
심균당이 직접 주문한 것과 차이가 없었다. 세이프파워볼
하지만 심균당은 섭정왕에게 자기가 입는 옷의 치수를 말해 준 적이 없었다.
‘섭정왕이 어떻게 내 옷 치수를 알았지?’ 심균당은 껄끄러운 문제를 시녀와 얘기하고 싶지 않아 그저 웃는 것으로 얼버무렸다.
그 시녀는 눈치가 빨랐다. 영흥후를 유심히 보던 시녀는 화제를 돌렸다.
“나리께서는 배가 고프지 않으십니까? 주방에서 간식을 준비해 가져왔습니다. 방금 우려낸 몽정차도 함께요. 앉아서 차와 간신을 천천히 드셔 보세요. 그사이에 쇤네가 나리의 머리를 닦은 다음 관으로 고정해 드리겠습니다.” 심균당이 화장대 앞에 앉자 시녀 둘이 머리를 닦아 주었다.
간식과 차는 입도 대지 않았다. 안에 이상한 것을 넣지는 않았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둥근 시녀는 활달하고 붙임성이 있었다.
그녀는 심균당의 머리카락을 닦아 주면서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리의 머릿결은 정말 부드럽고 윤기가 좔좔 흘러내리네요. 귀족의 여느 규수보다도 훨씬 좋아 보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 있던 시녀가 얼굴이 둥근 시녀를 째려보았다.
얼굴이 둥근 시녀는 자기가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즉시 무릎을 꿇고 벌을 청했다.
심균당은 사소한 것까지 시시콜콜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구나 얼굴이 둥근 시녀는 불순한 생각을 품고 한 말이 아니라 무심코 나오는 대로 말을 내뱉었을 뿐이었다.
심균당은 얼굴이 둥근 시녀를 나무라지 않았다.
말실수를 한 것 때문에 두 시녀는 그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몸가짐도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시녀들은 심균당의 머리카락을 닦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2각 후 심균당의 머리에는 옥관이 씌워졌다. 옥관을 쓰자 여성스러운 면모는 많이 옅어지고 위풍당당한 남자의 기개가 살아났다.

심균당은 두 시녀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두 시녀는 공손하게 물러났다.
심균당은 안채에서 나와 주변을 마음껏 둘러보았다.
심균당이 있는 곳에서 나온 두 시녀는 사람이 없는 곳에 다다랐다. 얼굴이 둥근 시녀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언니, 영흥후 나리의 피부 봤어요? 피부가 하얗고 매끈매끈한 게 정말 좋아 보이더라구요. 새까만 머리카락은 또 어떻고요. 윤기가 좌르르 흐르던걸요. 너무 부러웠어요. 몸에서도 보통 남자들처럼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았어요. 영흥후 나리가 여자라고 해도 저는 믿었을 거예요.” 다른 시녀는 무척 신중했다. 얼굴이 둥근 시녀가 영흥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을 듣고 동생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마. 그분은 엄연히 영흥후란 말이야. 네가 그분을 평가할 자격이 있어? 영흥후 나리는 울대뼈도 있잖아. 울대뼈가 있는 여자 봤냐고? 더구나 영흥후 나리는 올해 열일곱 살이잖아. 열일곱 살 먹은 여자 중에 가슴이 남자처럼 평평한 여자가 어디 있어.” 얼굴이 둥근 시녀는 입을 막고 있는 손을 간신히 떼어 낸 다음 말했다.
“언니도 참, 그냥 한 얘기 가지고 입 좀 막지 마요. 앞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 그러면 됐죠?” 입을 막았던 시녀는 얼굴이 둥근 시녀를 한껏 째려본 다음 짐을 들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얼굴이 둥근 시녀는 언니가 화가 난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뒤를 쫓았다.
두 시녀가 사라진 후 섭정왕이 구석진 골목에서 걸어 나왔다.
섭정왕의 눈에는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실 섭정왕도 심균당이 여자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심균당에게 시녀 둘을 붙여 준 것도 실은 여자인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두 시녀의 대화를 듣고 섭정왕의 의심은 말끔히 사라졌다.
하지만 여자가 아니면 어떤가. 어차피 심균당은 자기 손바닥 안에 있는데…….
와룡별장을 한가롭게 거닐던 심균당은 자기가 큰 화를 모면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음산한 건청궁의 서재.
땅거미가 질 무렵이었다.
서재에는 등불이 하나만 켜져 있었다. 반쯤 열린 창문에서는 찬바람이 들어왔다.
등불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흔들리는 등불을 따라 요동쳤다.
반쯤 열린 창문이 조금 흔들리자 창가 가까이 있는 그림자도 따라서 움직였다.
젊은 남자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와 창가로 다가갔다.
그의 시선이 창가에 놓인 탁자를 향했다. 탁자 위에는 어느새 가늘고 긴 금속 조각이 놓여 있었다.

남자는 금속 조각을 집어 들었다.
손으로 살짝 조작하자 기관이 움직이면서 ‘철컥’ 하고 소리가 났다 금속 조각이 열리면서 안에서 작은 쪽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안에 있는 쪽지를 꺼내 천천히 펼쳐 보았다.
쪽지를 읽은 남자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금세 사라졌다.
고 공공은 줄곧 남자 옆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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