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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숯
마차에 올라 아직 숨도 돌리지 못했는데 마차 밖 진소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자, 섭정왕 전하의 호위무사가 세자를 찾습니다.” 심균당은 가슴이 철렁했다. 방금 올라왔던 구토기도 순간 내려갔다.
“무슨 일이냐?”
약삭빠른 진소도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호위무사 말로는 섭정왕 전하께서 세자가 갖고 있는 국화 화분 두 개를 줄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하셨답니다. 세자의 의향은 어떠하신지요?” 심균당은 진소의 말을 듣고 즉시 장진천이 선물한 국화 화분을 몽땅 염라대왕에게 가져다주라고 지시했다.
섭정왕의 호위무사는 곧바로 명령을 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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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가 국화를 모두 주었다고?” “네, 전하. 영흥후 세자는 하나도 남김없이 국화를 모두 주겠다고 했습니다.” “흥, 어린 것이 눈치는 있어서…… 그럼 모두 갖고 가자!” “네, 전하!”
서왕부로 돌아가면서 호위무사들은 섭정왕의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국화를 옮기느라 고생한 호위무사들은 섭정왕이 국화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들은 가장 좋은 마차에다 국화 화분을 싣고 매우 조심스럽게 서왕부로 돌아왔다.
국화가 도착하자 위 공공은 젊은 태감들을 시켜 섭정왕의 서재로 옮기게 했다. 파워볼사이트
그 후 며칠 동안 섭정왕은 서왕부로 돌아와서 울긋불긋한 페르시아 국화를 감상한 후 일을 처리했다.
3일도 되지 않아 섭정왕이 국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연경성 백성이 모두 알게 되었다.

섭정왕에게 아부하려는 사람들 중 하나는 ‘섭정왕 애국설(愛菊說)’이라는 시를 지었다. 파워볼게임 그는 섭정왕을 국화에 빗대어 고결하고 위대한 인물로 묘사했다.
아첨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한꺼번에 국화를 보내는 바람에 서왕부는 하룻밤 사이에 각양각색의 국화들로 꽉 들어찼다. 서왕부를 방문한 사람은 화려한 정원에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후에 영흥후부에서 이 소식을 접한 심균당은 침상에 드러누워 어이없어할 뿐이었다.


10월 20일, 대조회.
영흥후가 작고하고 꼬박 열흘이 지났을 때였다.
가을이 점점 깊어져 날은 점점 추워졌다. 올해 연경성에는 겨울이 조금 일찍 찾아왔다. 기온이 내려가자 집집마다 겨울 필수품인 화로가 등장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심균당은 아침을 먹은 후 바로 서재로 갔다.
장부를 다 훑어보고 자리에서 일어난 심균당은 서재 창가에 서서 마당의 짙푸른 감탕나무를 바라보았다.
대장군부에서 돌아온 날 심균당은 먹은 것을 다 토했고 저녁에는 고열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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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을 조금 익힌 영춘이 심균당을 진맥해 보았다. 영춘은 주인이 음식을 잘못 엔트리파워볼 먹어 병에 걸렸다는 걸 알아냈다.
기초체력이 부실한 심균당은 그 후로 며칠 동안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 그러다가 어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린 그는 집안의 잡다한 일을 처리했다.
멀찍이 떨어진 화원에서는 낙엽이 떨어져 가을 정취를 더했다. 심균당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오늘 열리는 대조회에서 진국부인이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심균당은 몹시 궁금했다.
심균당이 작위를 승계하고 관직에 오를 수 있느냐는 진국부인의 손에 달려 있었다.
차를 들고 온 백매는 활짝 열린 창문 앞에 서 있는 주인을 보았다. 서재에서는 온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백매는 차를 내려놓은 뒤 옷장에서 외투를 꺼내 심균당에게 걸쳐 주었다.
“찬바람을 맞는 건 몸에 좋지 않아요. 어서 차로 몸을 덥히시지요.” 백매는 창문을 닫았다.
심균당은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농담을 던졌다.
“백매, 넌 점점 시어머니처럼 잔소리가 많아지는구나.” “놀리지 마셔요.”
주인이 차를 마실 때 백매는 화로를 주인 곁으로 옮겼다. 백매는 나무상자에서 EOS파워볼 숯 몇 덩이를 꺼내 화로에 넣었다.

심균당은 차를 마시며 백매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백매가 화로에 넣는 숯은 전에 보았던 흑탄(黑炭)이 아니라 오픈홀덤 은색 줄무늬가 있는 숯이었다. 무늬가 아주 예뻐 보였다.
심균당이 물었다.
“그건 무슨 숯이지?”
백매가 미소를 지었다.
“은사탄(銀絲炭)입니다. 오래 타고 연기가 적게 나지요. 은사목(銀絲木)을 태워 만들었대요.” 심균당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숯도 있었군.’
백매는 화로가 활활 타오르자 그 위에 특제 철망 덮개를 놓았다. 그러고 그 위에 구리 그릇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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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추우세요? 추우면 화로를 하나 더 가져다 놓을게요.” 방금 창문 앞에 서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의자에 앉자 옷이 차갑게 느껴졌다.
심균당은 추위를 잘 탔다. 현대에 있을 때는 스팀도 있고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도 있어 겨울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연나라는 현대와 달랐다. 난방 설비가 아주 원시적인 데다 연경성은 북쪽에 치우쳐 있어 춥고 건조했다.
심균당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매는 잰걸음으로 나갔다.
조금 전 반 시진 동안 장부를 본 심균당은 백매를 따라 화청으로 갔다. 화청 곁방을 지나치려는데 반쯤 열린 창문에서 불이라도 난 것처럼 연기가 났다.
저택에 화재가 발생하면 큰일이었다. 모든 건물은 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불이 나면 복구가 어려웠다.
깜짝 놀란 심균당은 곁방으로 들어갔다.
휘장을 걷어 올리자 어린 하녀들이 조잡한 화로 주위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하녀들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세자를 보고 놀랐다. 그녀들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세자에게 예를 올렸다.
하녀 중 둘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지 얼굴까지 새빨개졌다.
“너희는 둘러앉아 무엇을 하는 것이냐?” 심균당은 불이 난 것이 아닌 걸 확인하고 안도했다. 연기가 많이 나는 화로를 보고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개중 나이가 조금 더 많은 하녀가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세자께 아룁니다. 쇤네들은 화로에 둘러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 방이 작아 화로를 하나만 놓아두면 되거든요. 게다가 사람이 마, 많이 모여 있어도 따뜻하니까요.” 심균당은 작디작은 곁방을 둘러보았다. 방 하나를 다시 칸막이로 나눈 곳이라 확실히 작았다. 바닥에 담요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 화로가 놓여 있었다. 둘러앉으면 훨씬 따뜻할 것 같았다.
연나라에서는 면화를 키우지 않아 일반 백성은 베옷을 여러 겹 껴입고 겨울을 나야 했다.
부유한 집에서나 양 가죽이나 토끼 가죽을 사서 옷을 해 입을 수 있었다.
또한 연나라 사람들은 주로 숯을 태워 난방을 했다.
그중 화로는 사치에 가까웠기에 가난한 사람이 난방시설을 한 벽인 화장(火牆)으로 난방을 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연나라는 그런 시절을 살고 있었다.
겨울에는 숯 가격이 쌀처럼 비싸졌다. 일반 백성은 미리 사서 비축해 두지 않으면 숯으로 난방을 할 수가 없었다.
귀족 집안은 일반 백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편이 좋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주인들 이야기였다.
하인들은 주인처럼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없었다. 더구나 평범한 귀족보다 못한 영흥후부는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하녀들이 화로에 둘러앉아 불을 쬐는 건 숯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숯을 태우는 화로가 따뜻하긴 했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에 걸리기 쉽고 오랫동안 연기를 들이마시면 호흡기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법이다.
하녀들은 주인의 비위를 상하게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고개를 깊이 파묻었다.
심균당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시녀들에 손짓했다.
“하던 일을 계속하거라.”
심균당은 발길을 돌려 서재로 돌아갔다.
그녀는 섭 집사가 보내온 장부를 들춰 보았다.
이제 곧 겨울이라 영흥후부도 월동용품이 많이 필요했다. 심균당은 하루속히 돈을 벌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생각에 빠져 있는데 백매가 돌아왔다.
백매는 두 어멈과 함께 새 화로를 가져와 서재 중앙에 놓았다. 은사탄을 가지러 가려는데 심균당이 백매에게 손짓했다.
“백매야, 물어볼 게 있으니 이리 와 보련.” 백매는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심균당에게 갔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세자?” 심균당은 화로를 가리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작은누님과 두 동생은 어떤 숯을 쓰지?” 심균당이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물어볼 줄 몰랐던 백매는 어리둥절했다. 예전 심균당 같으면 숯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을 터였다.
심균당이 빤히 쳐다보고 있자 백매는 바로 대답했다.
“원로 영흥후와 노부인께서는 은사탄을 쓰시고 아씨들께서는 홍탄(紅炭)을 쓰세요.” “사용량은?”
심균당은 꼬치꼬치 캐물었다. 백매는 심균당의 측근 시녀였기 때문에 다른 집안 사정은 잘 몰랐다.
“그건 쇤네도 잘 모르겠습니다.” 심균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서 물었다.
“가장 낮은 등급의 시녀들은 무슨 숯을 쓰지?” “일등 시녀와 집사 어멈은 백탄(白炭)을 쓰고 나머지 하인들은 시장에서 가장 흔한 흑탄을 쓰고 있어요.” 심균당은 숯에도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백매야, 가서 우리 집안에서 쓰는 숯을 종류별로 가져오렴.” 백매는 심균당의 명령에 따랐다.
1각 후 백매가 영춘과 함께 들어왔다.
영춘은 나이가 더 많은 덕에 백매보다 훨씬 사려가 깊었다. 그녀는 화로를 하나 더 가져다 심균당 근처에 놓아주었다.
영춘이 몸을 일으켰다.
“세자께서 숯을 종류별로 가져오라 했다고 들었습니다.” 심균당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가져왔어?”
“가져왔어요. 하지만 이 숯들은 연기가 심하답니다. 세자께서는 몸이 약하니 저급한 숯은 쓰지 않는 게 좋겠어요.” “괜찮아. 그냥 어떻게 타는지 보려는 거야.” 두 시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화로를 멀찍이 떨어뜨린 다음 숯을 종류별로 태웠다.
심균당은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은사탄보다 한 등급 낮은 홍탄도 연기가 생각보다 많이 났다. 가장 낮은 등급의 흑탄은 지독한 냄새까지 났다.
잘 말린 숯이면 괜찮지만 물기를 머금은 숯을 태우니 사방으로 연기가 퍼졌다.
잠시 후, 서재는 연기로 가득 찼다.
주인의 낯빛이 어두워지자 영춘이 말했다.
“세자, 쇤네가 어린 하녀들을 시켜 이 화로들을 내가겠습니다.” 심균당은 실망스럽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영춘은 급히 하녀들에게 화로를 내가라고 지시했다.
물론 숯불을 낭비할 순 없었으므로 소풍거의 아랫것들에게 상으로 주었다.
주인이 사용하는 홍탄과 측근 시녀들이 사용하는 백탄을 받은 어린 하녀와 할멈은 뛸 듯이 기뻐했다.
심균당은 영춘이 나가자 백매에게 물었다.
“이 숯들은 종류별로 가격이 어떻게 되지?” 백매는 잠시 생각해 본 후 대답했다.

“제가 하인과 함께 시장에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은사탄은 한 근에 은자 다섯 냥이고 홍탄은 은자 한 냥이었던 것 같아요. 백탄과 흑탄은 각각 200닢과 20닢이고요. 이건 겨울철 가격이고 봄이나 여름에 비축하면 좀 더 쌉니다. 특히 백탄과 흑탄이 그렇죠.” 심균당은 어이가 없었다.
‘연기 안 나는 은사탄이 한 근에 은자 다섯 냥이라고? 도둑놈이 따로 없구먼!’ 화로 하나에 은사탄 한 근을 넣으면 한나절이면 다 타 버린다. 다시 말해 하루 종일 태우면 은자 수십 냥이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겨울에 영흥후부의 지출이 대폭 늘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소풍거에서 태우는 숯만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한 이낭의 한 달 생활비인 은자 다섯 냥으로 고작 은사탄 한 근을 살 수 있을 뿐이었다.
심균당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앞으로는 나도 은사탄을 쓰지 않을 거야. 누나와 동생들처럼 홍탄을 쓰도록 해.” 영춘과 백매는 깜짝 놀랐다.
“세자, 그건 안 됩니다.”
“안 되긴 뭐가 안 돼. 누나와 동생은 모두 홍탄을 사용하는데 나는 왜 못 쓰는 거지?” 그녀는 지금 ‘남자’이고 세자였기 때문에 딸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는 게 당연했다.
“쇤네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세자의 건강을 생각해서 홍탄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사소한 것 때문에 세자의 건강이 나빠지기라도 하면 앞으로 우리 영흥후부는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가겠어요.” 영춘은 진심으로 충고했다.
하지만 심균당도 완강했다.
“일단 홍탄을 가져와. 한나절 동안 지켜본 다음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때 다시 바꿀게.” 영춘은 심균당이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그의 뜻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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